[보도자료] "한국은 유전자가위 강국…혈우병 치료·갈변 억제 감자 연구"

주식회사 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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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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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상 툴젠 대표가 4월 30일 툴젠 마곡 사옥에서 동아사이언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툴젠 제공

 

[편집자주]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이 지난 2월 시행되면서 임상시험 목적으로만 허용되던 첨단재생의료가 치료 목적으로 활용 가능해졌다. 정부가 첨단바이오 기술을 국가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면서 산업 발전을 위한 생태계가 앞으로 더욱 속도감 있게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오가노이드, 조직공학 등으로 손상된 조직과 장기를 재생시키는 첨단재생의료는 개인 맞춤형 의료 시대를 여는 중요한 열쇠다. 국민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재생의료 분야 최전선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을 깊게 들여다보고 첨단재생의료가 바꿀 미래 의료를 미리 엿본다.

“한국은 진핵세포에 적용 가능한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캐스9’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한 나라라는 점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최첨단 바이오산업의 주변국이 아니라 중심국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 유전자교정기업 툴젠의 유종상 대표는 툴젠이 크리스퍼-캐스9 특허 출원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제출했다는 자부심을 강조했다.

크리스퍼-캐스9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크리스퍼는 가이드RNA(gRNA)를 포함한 단백질로 특정 유전체 위치를 찾아가는 역할을 하고 캐스9는 찾아간 위치의 유전자를 잘라내는 효소다. 질병 유발과 관련된 염기를 잘라 제거하거나 잘라낸 부위에 필요한 염기를 삽입해 치료 효과를 낸다.

크리스퍼-캐스9의 작용 메커니즘을 처음 밝힌 건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B) 교수다. 두 교수는 유전병 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한 업적으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크리스퍼-캐스9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기술이라는 의미다.

노벨상은 특정 기술 및 현상을 가장 먼저 밝힌 사람에게 수여한다는 점에서 두 교수에게 수여됐지만 크리스퍼-캐스9가 원핵세포를 넘어 진핵세포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건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현 KAIST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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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상 툴젠 대표가 4월 30일 툴젠 마곡 사옥에서 동아사이언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툴젠 제공.

 

크리스퍼-캐스9가 인간의 치료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려면 인간처럼 핵이 있는 진핵세포에서의 효과를 살펴야 한다. 툴젠에 따르면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진핵세포에 크리스퍼-캐스9를 적용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원천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 원천 특허는 김 교수가 창업한 툴젠으로 권리가 이전됐다.

툴젠은 크리스퍼-캐스9의 원천 특허와 함께 단백질·mRNA·전달바이러스 생산 기술, 다양한 세포 배양 시설, 유전체 분석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전자 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도 자체 확보했다는 점이다. 먼저 유전자 교정 시 타깃 삼지 않은 부위가 잘리거나 교정되는 ‘오프타깃’ 부작용을 개선했다. 캐스9의 특정 아미노산 서열이 치환된 변형체를 개발해 오프타깃 부작용을 기존 대비 5~100배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또 유전자가위를 교정 부위에 더욱 정확히 위치시키기 위해 유전자가위의 크기를 줄인 유전자가위 기술 ‘Cj-캐스9’도 개발했다.  

유전자 교정은 유전병 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종자 개량에도 적용할 수 있다. 툴젠 종자사업본부는 고함량 올레산 콩, 갈변 억제 감자, 니코틴 저감 담배, 건조 내성 고추 등 10개의 품종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고추 유전자를 교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건 툴젠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미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저촉심사에서 툴젠이 최종 승리자가 되면 툴젠은 한국이 유전자가위 기술의 선도국이자 중심국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는 기념비적 사건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저촉심사는 복수 출원 시 최초의 발명자에게 특허권을 주는 제도다.

툴젠은 미국 브로드연구소그룹, 다우드나 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들이 포함된 캘리포니아대그룹(CVC)과 진핵세포에 대한 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를 두고 분쟁 중이다. 툴젠은 현재 선순위 권리자인 ‘시니어 파티’ 지위를 획득해 브로드연구소 및 CVC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유 대표 인터뷰를 진행한 4월 말에는 CVC와 브로드연구소 간 법원 분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5월 12일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특허청에 다시 심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이 특허청으로 회부되며 분쟁이 길어진 상태지만 툴젠은 시니어 파티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다. 시니어 파티가 저촉심사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75%다.

아래는 유 대표와의 1문1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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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R&D센터 배양실에서 툴젠 연구원들이 유전자를 교정한 종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툴젠 제공.

 

Q. 진핵세포에 크리스퍼-캐스9를 적용한 최초 발명자로 인정받기 위한 저촉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의 진행 상황과 심사 결과를 전망한다면.

"브로드연구소, CVC, 툴젠이 비슷한 시기에 크리스퍼-캐스9를 개발했고 특허도 비슷한 시기에 출원했다. 미국 특허청 소속 특허심판원(PTAB)이 저촉심사를 하는데 세 곳을 한꺼번에 평가하는 게 아니라 a와 b, a와 c, b와 c를 비교하는 준결승을 진행한 뒤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결승전을 연다.전반전(motion phase)에서는 툴젠과 CVC, 툴젠과 브로드연구소 대결에서 모두 툴젠이 시니어 파티 인정을 받았다. 브로드연구소와 CVC 경합에선 브로드연구소가 이겨 이제 툴젠과 브로드연구소가 결승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CVC가 특허심판원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법원으로 이 문제를 가져갔다.

툴젠은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한 일념으로 임하고 있다. 선발명이 인정되면 툴젠은 크리스퍼-캐스9를 진핵세포에 사용하는 원천 특허권자가 된다. 크리스퍼-캐스9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 종자 개발 등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하는 전 세계 회사들이 툴젠 특허 라인선스를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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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젠 연구원들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유전자 교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툴젠 제공.

 

Q. 농작물에 유전자 교정을 적용한다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수용성이 툴젠의 고부가가치 품종 상용화에 제약이 되진 않을까.

"과학적으로 유전자 교정 기술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또는 GMO) 기술과 전혀 다르다. LMO는 특정 유전자를 작물 유전체에 삽입하는 것이고 유전자 교정은 없던 유전자를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만 살짝 자르거나 약간 덧붙이는 과정이다. 이는 자연상태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 진화의 메커니즘과 같다.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자연계의 시간을 과학과 기술로 빠르게 돌아가도록 압축한 것이다. 
LMO 종자도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유통돼왔고 글로벌 종자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LMO가 가축이나 사람의 건강을 해쳤다거나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킨 예는 없다. 유전자교정 작물도 사회적 반대를 극복하고 LMO와 같은 맥락으로 상업화가 진행 중이다. 생산성의 극대화, 친환경성 등 유전자 교정 작물의 장점을 알리면 농민과 사회의 신임을 얻고 유전자 교정 종자가 크게 확산될 것이라 생각한다."

Q. 의료 및 농업 분야에서 사업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 장기적인 계획과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의료 부문은 원천 특허 보유 기업으로서 희귀유전질환 파이프라인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확대해 나갈 것이다. 임상 단계에 가장 근접한 파이프라인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제와 더불어 펠리제우스-메르츠바하병(PMD), 혈우병B, 습성 황반변성 등 다양한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세포주 개발, 차세대 면역세포치료제 개발과 같은 유전자가위 응용 플랫폼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유전자 교정 기술로 개발한 종자는 관행육종(전통적 육종법)으로 만들 수 없는 형질을 갖는다. 내병성, 내충성, 생산성, 환경내성 관련 종자의 개발이 이어질 것이다. 해외 개발 전략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유전자 교정 종자가 LMO법 규제를 받고 있어 재배가 불가능하다. 북남미, 인도, 이스라엘 등에 있는 기업 및 기관과 협업과 사업화를 위한 공동 연구 및 기술협력을 진행 중이다. 그 범위와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